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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100살 생일 맞은 할리우드 사인

LA의 상징 할리우드 사인이 8일 100주년을 맞았다. 샌타모니카 산맥의 마운틴 리(Mt. Lee) 정상으로부터 남단 약 380피트 아래에 위치한 할리우드 사인은 1923년 만들어졌다. 원래 할리우드 사인은 ‘할리우드랜드’라는 고급 주택단지 홍보를 위해 부동산 회사가 설치한 야외 광고판이었다. 처음에는 높이  약 45피트, 가로 폭 30피트 크기로 ‘할리우드랜드(HOLLYWOODLAND)’라는 글자가 세워졌다. 그러다 1949년 훼손된 사인을 재건하고 복구하여 할리우드(HOLLYWOOD)라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73년에는 LA역사문화 기념물(LA Cultural-Heritage Monument) 111호로 지정됐다. 1978년에 할리우드 사인 트러스트(Hollywood Sign Trust)라는 비영리 기금 단체를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월 23일 남가주에 불어닥친 이상한파로  할리우드 사인 인근에 눈이 섞인 비가 내렸다. 흔치 않은 눈 소식에 카메라를 들고 할리우드사인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봤다. 사진에 눈은 보이지 않지만 짙게 깔린 먹구름에 둘러싸인 할리우드 사인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할리우드 사인은 일 년 365일 중 거의 모든 날 그의 자태를 숨기지 않는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할리우드 사인 할리우드 사인 상징 할리우드 hollywood sign

2023-12-08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낙서쟁이들이 터널을 점령했다

낙서쟁이들이 터널을 점령했다.   LA다운타운에는 벙커힐 밑으로 힐 스트리트와 피게로아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2가 터널(2nd Street tunnel)과 힐 스트리트와 플라워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3가 터널(3rd Street tunnel)이 있다. 2가 터널은 1020년, 3가 터널은 1901년 건설됐다. 영화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유서 깊은 두 터널은 지금 불법낙서로 도배됐다.     '그래피티'라고도 하는 불법낙서는 락카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주로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 및 기타 흔적을 남기는 행위이다. 기본적으론 범죄로 취급되지만, 예술적 특성상 묵인하거나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목적으로 사업자나 지자체에서 일부러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드물게 본인 소유의 건물에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중립적인 정의는 ‘무단으로, 벽에, 글자를 적는 예술성을 지닌 행동양식’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LA시는 매년 7백만 달러를 길거리의 불법 낙서를 지우는 데 사용한다. 지난 2022년 재개통한 ‘6가 다리’에 칠해진 불법 낙서를 지우는데 13만 달러를 썼다. 예산은 LA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낙서쟁이 터널 플라워 스트리트 street tunnel 불법 낙서

2023-11-10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멕시칸들의 핼러윈은 전통 명절 ‘망자의 날’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망자의 날(Dia de Muertos) 시즌이 다가왔다. 망자의 날은 멕시코 고유의 명절이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이다. 망자의 날 전통은 아즈텍 제국 시절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가톨릭과는 무관한 행사였으나, 멕시코인들이 대부분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모든성인대축일(11월 1일)'과 '위령의 날(11월 2일)'에 편입되어 명절이 되었다. 이 기간에 음식과 고인의 사진으로 꾸민 제사상을 차려놓고 추모한다. 이때 죽은 조상을 의미하는 해골 인형과 주황색의 멕시코 국화(Mexican marigold) 꽃잎으로 집 안을 장식한다. 또 해골 분장을 하고 길거리에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망자의 영혼이 살아있는 가족을 만날 때 놀라지 말라는 의미라고 한다. 멕시칸들이 많이 사는 LA도 이번 주부터 망자의 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사진은 올베라 스트리트(Olvera Street)의 멕시칸 전통공예품 상점의 모습이다. 해골 등 갖가지 망자의 날 관련 상품들을 팔고 있다. 망자의 날은 예전 우리가 지내던 제사와 많이 닮아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멕시칸 핼러윈 멕시칸 전통공예품 전통 명절 갖가지 망자

2023-10-27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창업 75주년 맞은 인 앤 아웃 버거

캘리포니아의 명물 ‘인 앤 아웃 버거’가 올해로 문을 연 지 75년이 됐다. 인 앤 아웃 버거는 1948년 해리 스나이더와 에스터 스나이더 부부가 LA동쪽 볼드윈 파크(Baldwin Park)에서 창업했다. 초기에는 지금의 드라이브 스루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주차장과 자동차 트레이 서비스만 제공하던 작은 가게였다. 1950년대에 지점을 확장하고 인 앤 아웃 버거의 상징 ‘더블 더블 버거’ 와 생감자를 사용하는 ‘프렌치 프라이’를 선보였다. 지금의 모든 메뉴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레시피로 만들어지고 있다. 볼드윈 파크에 문을 연 작은 햄버거 가게는 이제 미국 내 7개 주(캘리포니아,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 텍사스, 오리건, 콜로라도)에 400개의 지점으로 확장됐고 2026년에는 테네시주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인 앤 아웃’의 뜻은 성경 신명기 28장 6절 말씀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를 품고 있다. 인 앤 아웃은 창업 75주년을 맞아 내일(22일) 포모나에서 대규모 페스티벌(In-N-Out Burger 75th Anniversary Festival)을 개최한다.   행사 내용과 티켓 구입 안내는 웹사이트(https://ino75th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창업 아웃 아웃 버거 햄버거 가게 창업 75주년

2023-10-20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한인타운 무슬림들 엎드린 기도는 평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는 군사력의 규모나 화력 면에서 전례 없는 전격전이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잠재된 긴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인타운에는 LA의 대표 이슬람 사원 ‘남가주이슬람센터(Islamic Center of Southern California·ICSC)'가 자리 잡고 있다. 남가주에는 약 50만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다. 13일 오후 1시 금요예배 취재차 사원을 방문했다. 사원 측은 흔쾌히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수백명의 무슬림들이 모이자 치과의사인 살레코다키 박사의 강론이 시작됐다. 코다키 박사는 이슬람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라며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리고 가자 지구에서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무슬림들을 위해 가능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예배에 참석한 무슬림들에게 촉구했다. 강론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수년 전 만난 이 사원의 설립자 메헤르 헤투트 박사의 말이 생각났다. “수백번도 넘게 말했고 앞으로도 말하게 될 테지만 우린 극단적인 근본주의는 배척합니다. 자살이 금지된 코란을 어기는 행위들입니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한인타운 무슬림 한인타운 무슬림들 팔레스타인 무장 금요예배 취재차

2023-10-13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100년 넘게 쉼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

샌타모니카 피어의 회전목마(merry-go-round)는 그 역사가 무려 100년을 훌쩍 넘겼다. 1922년 베니스에 지어진 회전목마를 1947년 샌타모니카 피어에 이전 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1922년 당시 회전목마를 대표하는 ‘목각말’을 포함한 각종 동물 모형은 목공예가 애드 로스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물의 모양이 바뀌기는 했지만,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샌타모니카 피어의 회전목마와 건물은 ‘루프 히포드롬(The Santa Monica Looff Hippodrome)'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국가 랜드마크로 보존되고 있다. 샌타모니카 피어의 회전목마는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영화 '더 스팅(1973)'의 폴 뉴먼이 분한 사기꾼 헨리도프가 운영하는 회전목마로 등장하기도 했다. 연간 800만명의 관광객이 샌타모니카 피어를 방문한다. 그 중 약 200만명이 회전목마를 탄다고 한다. 샌타모니카 피어의 회전목마는 100년 동안 쉼 없이 돌고 또 돌고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오른쪽 큰 사진은 회전목마를 정비하기 위해 설치한 대형 비닐막에 비친 목마다. 유니콘을 닮았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회전목마 당시 회전목마 샌타모니카 피어 영화 촬영지

2023-10-06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침팬지가 웃는 까닭은?

인간과 웃는 모습이 가장 닮은 동물은 침팬지라고 한다. 침팬지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내지 않고 표정을 만들 수 있으며 웃을 때는 인간과 같은 얼굴 근육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침팬지의 웃음소리는 갓난아기들의 웃음소리와 거의 흡사하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아기들의 웃음을 분석한 결과, 신생아들은 처음엔 침팬지와 같은 방식으로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들은 공통으로 들숨과 날숨에 모두 웃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말을 배우게 되면서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는데 나이가 들면서 숨을 내쉴 때만 웃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이유로 웃는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상호작용이 발생할 때 웃기도 하고 우스운 상황에서 웃기도 한다. 그리고 억지로 웃기도 한다. 최근 방문한 LA동물원에서 한 어린아이를 보고 미소 짓는 한 침팬지를 사진에 담았다. 사육사에 의하면 침팬지가 어떤 위험을 감지한 후 사소한 상황임을 인지하면 웃기도 한다고 한다. ‘별거 아니네’하며 웃는 것이다.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고 직역되는 사자성어다. 많이 웃고 화내지 말라는 뜻이다. 추석이다. 어렵고 힘겨웠던 일들 다 내려놓고 ‘별거 아니네’ 하며 많이 웃는 한가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침팬지 까닭 일소일소 일노일 들숨과 날숨 한자 성어

2023-09-29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LA의 보름달

  추석(9월29일)이 다가옵니다. 독자님들께 꽉 찬 보름달을 선물합니다.     사진은 ‘캐논 EOS 5D Mark4’ 바디에 400mm  렌즈로 찍은 LA상공의 보름달입니다. 사람 눈에는 보름달이 노랗게 보이지만 기계인 카메라의 렌즈로 보면 회색으로 보입니다.   추석은 이민자에게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미국에서는 보름달을 ‘풀문(Full moon)’ 또는 ‘블루 문(Blue moon)’이라고 합니다. 보름달은 매달 두 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블루 문은 두 번째로 뜬 달을 일컫는 말입니다. 달의 색깔과는 무관합니다.     미국에서 추석에 보는 블루 문은 우리 정서의 보름달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보름달은 우수와 고독, 슬픔을 상징합니다.     반면, 이민자의 기억 속 추석 보름달은 블루 문이 아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지만, 이민생활 가운데 명절은 그저 기억 속의 추억으로 박제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자에게 미국의 보름달은 추억, 그리움, 아련함입니다.     고국은 미국보다 하루가 빠릅니다. 달 역시 고국보다 하루 늦게 LA 하늘에 뜹니다. 다음 주 금요일은 추석입니다.  그날 저녁 LA하늘에 걸린 보름달은 두 개로 보일지 모릅니다. 고향보다 하루 늦게 뜨는 보름달은 고국의 부모, 형제, 친구들의 얼굴을 담아서 하늘에 뜰 것입니다.     추석을 추억하며 눈물이 흐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젖은 눈에 보름달은 두 개로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나는 추억을 품은 달, 또 하나는 힘겨운 이민자의 고달픈 삶을 품은 달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으시길 바랍니다. 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보름달 추석 보름달 추억 그리움 반면 이민자

2023-09-22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타들어가는 자바시장의 현실

자바시장엔 한때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과거에 자바시장이 한창 잘 나갈 때는 지나가는 개까지 100달러 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 LA경제의 젖줄로 불릴만큼 자바 시장의 황금기는 그렇게 대단했다.   본래 자바 시장은 유대인들이 대부분의 상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1980년대 부터 브라질의 한인들이 옷감을 들고 대거 자바시장으로 유입됐다. 한인 뿐 만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이민자에게는 오아시스였다. 그만큼 일자리가 많았다. 수많은 LA시민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랬던 자바시장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이었다. 임금인상, 치열한 가격 경쟁,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과의 직거래 확장 등으로 위축됐다. 봉제공장에서 쉼 없이 돌아가던 재봉틀 소리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LA다운타운의 부동산 재개발은 봉제, 의류, 원단 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최근 자바시장 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피해 건물에는 80대인 최 사장 부부가 운영하는 이불가게도 있었다. 이들은 30년 간 이 가게를 운영했다. 자바시장과 역사를 같이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게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LA소방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LA시에서만 8200건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절반 이상(4200여건)이 홈리스와 관련된 화재다. 최씨 부부의 가게를 앗아간 화재도 노숙자가 건물 뒤편의 쓰레기통에 낸 불이 옮겨붙어 발생한 것이었다.     사진 기자로 20년 넘게 활동하며 자바시장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자바시장 곳곳을 돌며 한인 업주들과 같이 기뻐했고, 때론 함께 슬퍼했다. 그래서일까. 렌즈에 담긴 이번 화재 현장에 자꾸만 더 눈길이 간다.     건물 밖으로 흘러내린 타버린 옷가지들은 사실을 말하고 있다. 자바시장 상인들의 마음도 그렇게 타들어가고 있다. 타버린 가게는 마치 터져버린 오장육부 같다. 자바시장의 현실이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자바시장 자바시장 상인들 최근 자바시장 자바시장 곳곳

2023-09-15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맥아더 파크의 두 얼굴

LA 도심 속 공원인 맥아더 파크는 앤젤리노들의 ‘정신(soul)’이 깃든 명소다. 할리우드의 황금기가 시작됐던 1920년대부터는 특히 LA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리처드 해리스가 부른 ‘맥아더 파크(MacArthur Park)’라는 노래가 1968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며 전국적으로도 유명해졌다.   그랬던 맥아더 파크가 변했다. 70년대로 접어들면서 슬럼화됐다. 갱조직간의 알력이 끊이지 않았다. 마약, 매춘 등 범죄의 온상이 됐다. 어둠이 드리우자 빛은 설 자리를 잃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낭만을 향유하던 극장, 호텔, 식당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어그러진 맥아더 파크는 지금도 옛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종 마약인 ‘펜타닐’이 이곳에서 판을 친다. 공원 인근에는 펜타닐에 취한 수백 명의 노숙자가 마치 좀비처럼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이 쓰고 버린 주사기, 베이프 등이 길거리에 나뒹군다. 펜타닐 과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할리우드 탓일까. 마치 디스토피아적 좀비 영화의 실사판 같다.     9월의 어느 하루, 굵은 물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호수를 향해 솟구치는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맥아더 파크에서는 매달 수질 개선을 위해 호수 정수 작업을 진행한다. 담수의 적정한 용존 산소량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깨끗하게 유지되는 호수에 사는 물고기는 낚시꾼들에게 큰 기쁨이다. 이곳은 캐나다 기러기 등 135가지의 철새 도래지다. 호수에는 블루길, 잉어, 메기 등 여러 종류의 물고기도 서식한다. 맥아더 파크는 LA역사 문화 유적 100호로 지정(1972년)된 곳이다.   자연은 이 공원에 계속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단, 인간만은 예외다. 호수 주변의 많은 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펜타닐이 앤젤리노들의 ‘정신’을 갉아 먹고 있다. 물줄기 너머 파란 하늘이 무색하다.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맥아더 파크 맥아더 파크 펜타닐 과용 호수 정수

2023-09-08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LA는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

2022년 연방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LA 카운티의 인종구성은 백인 44.9% 라틴계 48.4%, 아프리칸 아메리칸 8.6%, 네이티브  아메리칸 0.9%, 아시안 11.7 %, 퍼시픽 아일랜더 0.2%, 기타 28.1 %다. 이 통계는 단순히 피부색으로 구분한 통계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224가지에 이른다. LA는 1840년대 중반 골드 러시때 황금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며 형성됐다. 정작 도시를 이루고 나서 황금이 사라지면서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서 발명된 활동사진 덕분에 회생했다. 당시 세계 영화 산업의 80%가 LA에 집중됐을 정도였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지금 LA의 모습이 형성됐다. 이후 한국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카리브해연안으로부터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민자들은 다양한 문화적 융합을 이루며 LA만의 독특한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LA를 건설해오고 있다.  사진은 펜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시민권 선서식에서 선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합법적으로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LA 그 자체다.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도시 정작 도시 아프리칸 아메리칸 네이티브 아메리칸

2023-09-01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전봇대에 메달려 꿈꾸는 미래

허리케인 ‘힐러리’가 남가주를 덮친 지난 19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워싱턴 불러바드의 생경한 풍경과 마주했다.   수십 개의 전봇대에 사람들이 매달려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먹구름을 배경으로 실루엣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LA의 유명 기술전문학교인 'LATTC(LA Trade-Technical College)' 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전기 기술 전공자들이다.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는 중에도 학교 근처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열심히 실습 중이다. 학생들은 전봇대의 전기를 가정집 또는 빌딩 등과 연결하는 기술자인 '라인맨(Lineman)’을 꿈꾸는 이들이다.   전기기술자는 가장 위험한 직종 중 하나다. 전기안전협회(ESFI)에 따르면 한 해 평균 70여 명의 전기기술자가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다. 무려 6000여 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실습장의 전봇대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지만 혹독한 훈련만이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학생들이 훈련을 거듭하는 이유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취업에 성공한다. 위험한 만큼 임금도 높다. 전기기술자의 평균 연봉은 11만 달러다.   전봇대에서 막 내려온 학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위험한 일인데 두렵지 않으세요?” 앳돼 보이는 라틴계 학생의 답변은 울림이 있었다. “내 직업은 대체불가입니다. (My job is irreplaceable)” 직업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 그 한마디에 꽉 담겨있다. 나,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땀을 흘리는가. 자문해본다. 먹구름 뒤엔 반드시 청명한 하늘이 기다린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전봇대 미래 전기기술자가 작업 라틴계 학생 전기 기술

2023-08-25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사진으로는 담을수 없는 장엄함 ‘요세미티’

1년 만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시 찾았다.   '엘 카피탄' 바위 밑에 섰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그 높은 바위를 쳐다보고 있다. 암벽등반가들이 바위를 오르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보일까 말까다. 등반가들의 모습은 마치 고래등에 붙어 있는 따개비 같다. 암벽 등반가에게 엘 카피탄을 오르는 것은 꿈이다. 도전 그리고 정복의 대상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등반가들이 이 수직 바위를 쉼없이 오르고 또 오르는 이유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매해 평균 17명이 사망한다. 그중에 바위를 오르다 떨어져 죽는 이가 가장 많다.엘 카피탄은 으뜸 바위다. 인디언 추장이란 뜻을 가졌다. 요세미티에서 가장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다. 거대한 바윗덩어리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외관상 높이가 무려 3000피트(914m)다. 지질학자들은 이 바위가 시에라 네바다 지역이 고대 바다 밑에 위치하고 있었던 5억 년 전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추정한다.     수억년 전 두꺼운 바다 밑의 침전물들이 접혀지고, 뒤틀어지면서 수면으로 떠밀려 올라왔다. 동시에 녹은 돌들이 땅속에서 솟아 올랐고, 침전물 층이 아래부터 천천히 식어 화강암으로 변화했다. 지각 변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진 속 왼쪽 큰 바위가 엘 카피탄, 오른쪽 뒤에 보이는 바위는 하프돔이다. 두 바위 사이에서 흐르고 있는 건 브라이덜 폭포다. 누구나 한 번쯤 봤을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의 작품 'Yosemite Valley (1934년)' 를 찍기 위해 그가 섰던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비록 80여 년의 시차가 있지만 사진 속 브라이덜 폭포의 힘찬 물줄기는 여전하다. 아담스의 사진은 흑백이지만 사진 속 풍경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카메라가 무색하다. 압도적인 경이로움까지 담을 수 없는 건 렌즈의 한계다. 세상 그 어떤 카메라도 실제 인간의 두 눈과 가슴으로 느낀 장엄함까지 담아낼 수 없다. 사진은 그저 이미지를 기억나게 할 도구일 뿐이다. 주변을 둘러봤다. 엘 카피탄을 사진에 담으려고 수많은 사람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나 자연의 신성함까지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멀리서 바위를 기어올라가는 등반가들은 보니 그저 한 ‘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작디작은 인간은 그 거대한 바위를 오르고 또 오른다.   자연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엘 카피탄은 그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생명을 가진 자연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대자연 앞에서 우리는 티끌일 뿐이다. 목이 곧을 수 없는 이유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요세미티 요세미티 국립공원 카피탄 바위 수직 바위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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